선교소식
| 제목 | 준비되면 간다. 길고 아름답다 - 필리핀 카비테의 강경균 선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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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
| 날짜 | 2021-09-19 |
누군가를 염려하며 기도하는 마음처럼 성령님께서 주시는 분명한 감동도 드물 것입니다. 기도에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 사는 지인 가족이 휴가 기간에 광주와 담양 등지를 방문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불현듯 직접 가서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광주를 떠난지 35년이 되었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 가을이 왔을 무등산이며 광주호 등은 세월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군요. 잘들 지내시지요?
오늘 9월의 첫 날을 맞으면서 그동안 너무도 많아져버린 이야기들을 어떻게든 나눌 생각으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쓰다보니 읽기 지루하지 않으실까 생각할 정도로 많이 길어졌습니다만, 여전히 지극히 작은 부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두 해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으로 인해 도서관을 예전처럼 사용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아이들을 위한 책들과 책장, 앉은뱅이 책상을 다를리네 집으로 옮기자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제 2의 도서관이 만들어졌답니다. 매주 토요일에 다를리가 선생님이 되어서 주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주님의 일하심에 그 가족이 아이들의 가족이 가장 크게 놀라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앉은뱅이 책상 하나 없던 다이렐에게 집에서 사용하던 작은 책상을 선물했습니다. 작은 무언가를 선물하려고 해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주신 선물에 눈이 갈까 하여 주의하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더우기 소파 아래의 공간까지도 누군가의 침실인 그 작은 집에는 책상을 둘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책상의 필요를 느낀 다이렐이 가재 도구를 이리저리 정리하고, 자신의 잠자는 공간을 할애하자 간신히 공간이 생겨났고, 오른편으로는 작은 책꽂이를 두자 매우 훌륭한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제 눈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리더가 잉태되는 고치집처럼 보였습니다.^^
주일 비대면 예배에서 다이렐은 그 책상을 성경을 읽으시는 할머니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며,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이 읽지 않는 나라요, 모계사회인 필리핀에서 이처럼 할머니와 손녀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틀 전, 다이렐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을 보며 교회가 크게 즐거워졌습니다. 그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는 동생 다닐로를 찍은 것입니다. 다이렐이 적었습니다. "다닐로의 그런 모습이 처음입니다. 책상이 그런 기적을 일으킬 줄은 몰랐습니다. 다닐로를 빚으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주변의 것들을 통해 우리 각자의 삶에 어떤 변화와 기적을 가져오실지 저는 알 수 없지만 그분께서 항상 우리 주위에서 일하시고 그분의 가장 좋은 계획을 위해 우리를 준비시키고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어떤 물건을 주고 받는 것과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유통하는 것은 너무도 다릅니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준비되었다가 유통된 물건은 그대로 하나님의 직인이 찍힌 선물입니다. 주님께서 다이렐의 가정에 작은 책상이 아니라 대대로 마르지 않을 생명의 샘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핵으로 졸지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더욱 주님 앞에 겸손히 모여 말씀 듣기를 즐겨하며, 자신에게 주신 삶에 충실한 다이렐의 가족을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드레의 아버지와 동생 클라렌스가 최근 감기에 걸렸습니다. 안드레가 조금씩 모아온 용돈으로 약을 사고, 두 사람을 돌보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그날 그날 벌어 먹고 사는 그 가정은 약을 살만한 여유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를 돌보고자 해도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다른 살림을 차렸거나, 다른 지방에서 일하거나 해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오직 아버지와 한 집에 살고 있는 안드레의 가정만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돌볼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가정에 선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더욱 놀라운 일들을 이뤄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9월 2째 주부터 개강하는 패트릭이 첫학기 의대 시간표를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 쉬는 시간도, 점심 시간도 없는 시간표에 숨이 턱 막힐만 했습니다. 게으르고, 공부보다는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패트릭이 그 과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염려 대신에 뱃사람과 요리사가 꿈이었던 그를 이곳까지 인도해 오신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을 더욱 기대합니다. 아버지와 형의 죽음, 어머니의 해외 취업, 치통과 수술의 경험 등을 통해 패트릭 안에 일으키신 놀라운 변화를 생각하며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 분명하지만 지치지 않고, 뒤로 쳐지지도 않고, 주님을 의지하여 성실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요즘은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난 달에는 함께 살던 누나 가정이 이웃으로 이사하면서 자기 방이 생겨났습니다. 주일 예배 후, 자녀들이 사용했던 책상과 내가 사용했던 의자를 물품에 담긴 사연을 나눈 후에 선물했더니 크게 기뻐합니다. 또 하나의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봅니다. 하나 하나 세심하게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보며 감사합니다.
한 가지 슬픈 소식도 있습니다. 지난 27일은 폴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지만 졸업자 명단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논문을 비롯하여 이수하지 못한 과목들이 많아 두 학기나 더 다녀야 졸업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불성실한 학교 생활을 해왔는지를 알고 모두가 아연해졌습니다.
5년 전, 전문대에 다니를 그를 도와 라쌀대로 편입을 준비하던 중에 발견된 거짓들을 매우 강하게 책망했고, 그 자신도 깊이 회개했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자주 그 부분을 점검했고 그때마다 본인도 겸손한 태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폴은 누구나 인정하는 경건한 리더였습니다. 늘 말씀을 가까이 했고, 묵상을 성실히 하는 친구였으며, 예배 인도자였습니다. 특별히 가정의 목회자로서 빼놓지 않고 예배를 인도했으며, 그를 통해 동생의 삶이 놀랍게 변화되고, 엄마와 아버지의 관계도 회복되었으며, 주변에서도 칭찬받은 가정이 되어갔습니다. 그의 삶에 일어난 기적적인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었으므로 모두가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문제에 직면하는 대신에 피하여 숨고, 둘러대고, 괜찮다고 말하며 지내온 결과 자기 기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 안에서 거짓도 독버섯처럼 퍼진 것입니다.
생후 7개월 째부터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고아처럼 자라났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온 그였습니다. 야단 맞기 싫어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에 입을 다물거나, 문제가 생겨도 말하는 대신에 화제를 돌리고, 잘못이 확인되면 둘러대거나 도망치고, 낮은 성적을 고치는 일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꾀가 늘어나 그 거짓이 인격이 되어버린 상태처럼 보입니다.
은혜를 입은 사람 안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죄와 그 악한 영향을 보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기록합니다. "내가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여 이 수치스러운 상태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나의 행동으로 주님을 욕되게 하고, 목사님을 모욕하고, 교회를 속였습니다. 내가 하나님과 그의 백성에게, 심지어 목사님에게까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 때보다 더 무가치함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직면할 수록 내 안에 이런 성품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에 합당하지 않음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더러운 마음과 입술을 가진 죄인인지요!"
이러한 그를 돕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어려서부터 몸과 마음에 밴 거짓으로 인해 가족도, 교회도, 주변 사람들도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를 도우려고 나선 이들은 어김없이 그의 거짓에 의해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래, 마음을 다해 가르치면 모두가 좋은 제자가 되는 것일까? 최선을 다해 배우면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을까?" 폴의 경우를 보면서 내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가르친 것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 배우고 실행에 옮겨온 친구가 폴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참으로 죽기에만 합당한 죄인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하십니다. 소망이 오직 하나님께 있는 이유입니다. 그의 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문제에 대해 더 눈을 뜨게 하셔서 저의 자기 기만에 대해 더 많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도망치거나 숨기지 않고, 이 문제와 내 안의 문제, 그리고 하나님께서 더 보여주시는 문제를 교회의 도움으로 계속 이겨내겠습니다."
소망없는 죄인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 앞에 폴도, 교회도, 저도 엎드렸습니다. 불쌍히 여겨주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며, 보혈로 깨끗이 씻어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회개를 통한 회복의 은혜를 부어주시길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비록 졸업하지 못해도, 2학기를 더 수강해야 해도 은밀히 숨은 더러운 죄가 씻겨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분명합니다. 주님께서 이 때를 통해 폴을 만나시고, 두려움 가운데 가르치셔서 오랜 죄의 속박으로부터 건져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부름 받은 종의 진실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롭게 해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9월 둘째 주에 세계 선교대학이 개강합니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 지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코로나 걱정이 안될 수 없군요. 지난 학기에 수강했던 루 자매가 코로나에 걸려 63세의 나이에 가족들을 두고 하나님의 품에 안긴 일도 있어서요.
강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을 안는 일이지만 주님께서 각별히 지켜 주시며, 어려운 시간을 통해 함께 공부하는 것이니만큼 놀랍게 인도해 주시며 깨닫는 은혜를 부어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주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녀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을 주님께서 더욱 가까이 오게 하시며, 친근히 말씀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이 있습니다. "준비되면 간다. 길고 아름답다." 어느 책에서 보니 가벼운 아령으로는 근육이 단련되지 않는다 하더군요. 우리가 고난, 시련이라 부르는 것들이 조금 무거운 아령이라 하구요. 지금 어떤 길에 서 계시는지 모르지만, 준비시켜 주시는 주님의 은혜로 하나님이 친히 예비하신 그 길고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가게되리라 믿습니다.
새로운 달의 첫 날입니다. 관계된 모든 분들의 삶이 방패와 같이 지키시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평안하시며 강하여 가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