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소식
| 제목 | 지난 달에 미국의 대학에 입학한 다이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필리핀 카비테 강경균 선교사 |
|---|---|
| 글쓴이 | 관리자 |
| 날짜 | 2021-05-02 |
얼마 전, 마을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나이가 해당되는데, 코로나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느냐고요. 늘 젊은 줄로만 알고 살다가 시니어 시티즌 대우(경로우대)를 받으니 많이 낯섭니다.^^
코로나 감염 소식이 많이 들려옵니다.
신학생 이안의 고모네 가족 전부가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는 위중한 상태라 합니다.
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에 퇴원한 폴네 삼촌 부부와 가까운 접촉자로서 폴네 가족도 자가 격리 기간을 가졌구요.
두바이의 다렐 엄마도 그렇고, 딸 회사의 필리핀 동료와 비서실 직원도 확진자였다가 회복했습니다.
저희 집 지붕에 비가 새서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최근에 형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주네요.
코로나가 문 앞까지 바짝 다가온 느낌입니다. 방역시스템을 강화로는 역부족이 분명합니다.
백신이 신속하게 공급되어 이 환난이 잠잠해지며 이 때를 통해 주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기울이는 민족이 되길 기도해 주세요.
패트릭이 5월 8일 라쌀 의대 시험을 봅니다.
외과 의사가 될 꿈을 가지고 퍼페춸 의대에 합격했지만 멈추지 않고 더 나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경험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패트릭을 위해 기도 중에 기억해 주세요.
알렌과 클라렌스도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알렌은 안드레처럼 컴퓨터 사이언스를, 클라렌스는 다이렐처럼 헬스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싶어합니다.
그 준비를 위해 독후감을 100개 쓸 계획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영어로 읽고 쓰는 일과 지적인 소양을 쌓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에 진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팬데믹으로 웃을 일이 많이 줄어들 수 있는 때인데요, 조정민목사님의 트윗을 읽으며 잠시라도 웃는 얼굴을 만들어 봅니다.
"당신을 만나러 왔을 때와 헤어질 때 그 사람 얼굴이 달라졌나요? 그 사람이 내게 올 때보다 갈 때 더 밝은 얼굴이 되기를 바랍니다. 할 말이 없어도 실컷 웃다가 헤어지세요."
누굴 만나실른지 모르지만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실컷 웃다가 더욱 밝은 얼굴로 헤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즐거운 시간들 보내시길 바라며, 부탁하신 이곳 소식을 다음처럼 전해드립니다.
# 얼굴로 찾아뵙지 못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기도해 주시는 동성교회 성도님들께 그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문안드립니다. 보내드리는 내용은, 지난 달에 미국의 대학(University of the People)에 입학한 다이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만나뵐 때까지 은혜 안에 늘 평안하십시오.
엄마와 함께 드린 예배
가족끼리 주일 예배를 드린 후 다이렐이 홈페이지 올린 사진을 보고 나는 시큰해 오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했고, 아내는 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평소의 사진과 달리 조금은 낯선 얼굴이 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다이렐의 엄마는 해외노동자로 쿠웨이트에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3년 전에 필리핀에 잠시 방문했을 때 한 차례 예배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친 모습이어서 너무도 애잔했습니다. 말이 없던 그녀는 돌아가기 전에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감사해요, 두 분."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녀는 2년 마다 휴가를 받아 한 달 가량 집에 돌아왔는데, 그나마 집이 아니라 마닐라에 있는 친구집에 머물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다이렐과 다닐로는 엄마가 필리핀에 도착한 날 만나고, 돌아가기 전 날 만나는 것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자녀들이 보고 싶고, 너희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을 텐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했더니 집에 머물 곳이 없어서라는 대답입니다.
외롭고 고된 타국살이에서 늘 그리워했을 가족에게 돌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더니 두 친구는 내가 무엇을 의아해 하는 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방문이 항상 그랬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인가? 아버지와의 사이가 벌어져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두 친구는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와의 사이도 서먹서먹하고, 엄마와는 어려서부터 함께 살아본 일이 없어서 부모 경험은 시간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생계를 위해 자녀를 떠나야 했던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가 삶의 환경이었으니 상실감을 느끼는 대신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서먹해졌고, 엄마가 집에 돌아와도 잠깐 들러 얼굴을 보고 다시 떠나는 것에도 익숙해진 관계였습니다. 기른정도, 엄마의 품을 살갑게 누린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치 이웃처럼, 남남처럼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두 친구가 엄마에게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두 친구의 마음에 가족이, 엄마와 아빠가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성적이 오른 것, 자신이 꿈을 가지게 된 것, 대학을 진학할 계획, 합격 소식 등을 간간히 나눴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이렐이 엄마에게 시를 써 보내어 엄마가 많이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엄마 편에서도 차츰 소식을 전해 오는 횟수가 늘었는데, 어제는 가족 예배에 영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를 물어온 것입니다. 그녀의 어머니와 두 딸과 한 아들, 두 손자, 이렇게 4대가 함께 드린 예배였습니다. 말 그대로 꿈조차 꿀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조차 못한 채 살아오다 미소마저 잃어버린 것 같은 한 여인의 얼굴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타국에서, 손에 닿지 않은 가족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번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마치 품에 안아주시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예배를 인도한 다이렐이 이렇게 적었습니다. "주님의 일하심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는데요. 우리의 힘이나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일하심 때문입니다. 진정 주님이 일으키신 기적입니다!"
